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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17일
![]() 스페셜 에디션으로 업그레이드된 존 카펜터의 타이틀이 꽤 되는 걸 보니, 장르 팬들에게 이 양반이 스타는 스타인 모양입니다. 예전처럼 왕성하게 영화를 찍지 못한지 꽤 됐지만, B급 무비 메이커로선 할만큼 한 거죠. 영광의 시간은 꽤 오래 지속됐고, 그 과실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열심히 DVD를 사주고 있으니.. 아마도 비주류 감성으로 저예산 장르물을 만들며 이만큼 알차게 팬농사를 지을 수 있는 건 카펜터 세대가 거의 마지막일 겁니다. "안개"는 존 카펜터가 (그 사이에 TV 영화 몇 편이 껴있기는 하지만) "할로윈"으로 명성을 얻은 뒤 선보인 첫 영화입니다. 제작과 각본을 담당한 데브라 힐, 주인공 제이미 리 커티스 등, 출세작의 파트너들과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명하게도 의미없는 동어반복을 지양하고, 전작과는 다른 뭔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욕을 엿볼 수 있죠. 조용한 해변 마을, 깊은 밤을 밝히는 등대의 불빛, 뱃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DJ의 나긋한 목소리, 슬그머니 주위를 감싸는 안개 등등, 이 영화를 설명하는 키워드들을 보세요. 시적 영감이 가득 서려있는, 아름다운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이제 막 성공가도에 들어선 젊은 감독은 테크니션의 역량을 증명한 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았던 것입니다! 재미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개"가 B급영화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안개가 자욱한 광경도 스모그 효과라는 게 너무 티가 나서 쉽게 흥이 깨져버리는 식이죠. 유럽산 예술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우라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아요. 저예산 영화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카펜터가 멋을 부리고, 운치를 음미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뜻도 될 겁니다. 제 아무리 유럽에서 인기가 있다고 해도 그는 어쩔 수 없는 양키 감독. 얼마 전 선보였던 리메이크의 반응이 최악이었던 것 같던데, 보진 못했지만 이것도 짐작이 가요. 갈수록 잔인한 묘사로 넘쳐나는 요즘 호러영화의 트렌드와 직접적인 묘사를 절제하고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영화란 극과 극일 테니.. 스타일 외적인 부분에서도 "안개"는 괜찮습니다. 원한을 품고 돌아온 유령들의 미스테리는 배경과 잘 어울리고, 필요한 부분에선 오싹함도 잘 살려내고 있거든요. 캐릭터를 무성의하게 다루는 등 허술한 부분도 눈에 뜨이지만, 자넷 리와 제이미 리 커티스, 아드리안느 바뷰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유령선 설정이 너무 짧게 쓰여서 아쉬운데, 뭐, 러닝타임 자체가 짧은 영화이니 어쩌겠어요? 피가 튀는 자극을 피하고, 시각적 상상력이 불러오는 효과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안개"는 "할로윈"과 같은 선상에 놓여있습니다. 단지 후자는 테크닉으로, 전자는 신비로운 분위기 연출로 승부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