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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10일
![]() 조셉 로지의 "하인"은 The Master & The Servant 영화입니다. 배경은 60년대 런던. 부유한 독신남 토니(제임스 폭스)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 남자 바렛(더크 보가드)을 하인으로 고용합니다. 바렛은 묵묵히 토니의 손과 발이 되어주며 어렵지않게 신뢰를 얻어가지만, 토니의 약혼녀 수잔(웬디 크레이그)은 빠르게 집안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바렛을 탐탁치않아 하죠. 허나 그녀의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토니는 아예 바렛의 여동생 베라(사라 마일즈)까지 하녀로 고용하고, 바렛이 집을 비운 어느 날 밤. 토니는 베라의 유혹에 넘어가는데.. 이하는 스포일러라 생략~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채워진 영화답게, "하인"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중요합니다. 윗층에는 주인님이, 아랫층에는 하인이 기거하는 형태를 통해 두 남자의 위상이 엄격하게 구분되어있음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은밀하게 침범 당하는 사적 영역을 통해 그 수직적 위계질서의 알량함을 폭로하죠. 주인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하인의 신분과 하인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주인의 권위는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명시되고, 조롱받고, 전복되고, 카메라는 이 과정을 정교하게 디자인합니다. 시각적으로 세련된 스타일, 예리하다 못해 공격적인 관찰력 등, 이 영화의 인상은 그다지 브리티쉬하지 않아요. 헐리우드에서 추방당한 좌파감독에게 영국인들 특유의 블랙유머는 영화적 수사라기 보다는 고리타분한 문학의 영역으로 여겨졌는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눈에 보이는 매력이 선명하다고 해서 "하인"이 설명하기 쉬운 영화는 아닙니다. 토니가 좀 예민하고 재수 없긴 해도, 바렛이 별 이유도 없이 그를 능멸할 만큼 막돼먹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영국"이라는 계급사회의 단면을 정확하게 포착했다는 찬사도 이러한 모호한 적개심과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는 없을 듯. 주인과 하인의 관계를, 한 집 안에 동거하는 젊고 잘 생긴 두 남자라는 설정 안에서 들여다보고, 아슬아슬하게 섹슈얼한 욕망을 걸쳐놓으면서 권력의 역학을 무너뜨리는 이 영화의 음흉함은, 시니컬함을 넘어서 병적인 사악함마저 느껴집니다. 알코올중독에 빠진 토니가 바렛에게 지배당하는 후반부로 가면 그 사악한 힘은 더욱 강렬해지죠. 전반부의 긴장감이 워낙에 팽팽하게 지속되는지라, 인간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려놓고 조지는 모습에선 아예 초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하인"은 조셉 로지의 연출, 해롤드 핀터의 각본, 더글라스 슬로컴의 촬영, 존 댄크워스의 음악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대가들이 모여 최고의 조화를 이룬 작품입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까지 최고로 훌륭하니 영화가 나쁠래야 나쁠 수가 없죠. 기계적인 공손함 뒤로 은근슬쩍 비린내가 배어나오는 더크 보가드는 말할 것도 없고, 보가드 만큼 자주 언급되진 않지만 시덥지않은 브루조아적 습성을 신경질적으로 휘둘러대는 제임스 폭스도 만만치 않게 좋아요. 토니와 바렛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토니와 베라가 함께 나오는 장면 못지 않게 섹시하고, 섹시하기에 어둡고 위태로운 영화. "하인"은 걸작으로 불리울 자격이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