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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 28일
![]() 마리오 바바는 "모든 게 이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라는 말이 그리 과장스럽게 들리지 않는 이름입니다. 이탈리아 안에선 지알로의 창세기를 써내려간 인물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탈리아 밖에서까지 추종자들이 모여들며 위상이 업그레이드 됐죠. 훌륭한 촬영감독 출신답게 그는 누구보다도 비쥬얼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를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야만 했던 배경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스타일을 창조하는 그의 장점이 두드러져 보이는데 한 몫 했을 거예요. 시각적 효과를 위해 제작비를 늘리는 오늘날과는 반대로, 그의 영화는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시각적 효과를 고민하던 시대에 기대할 수 있는, 대담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로 가득합니다. 이미 호러영화팬들이라면 다 질렀을 터이니 불필요한 사족은 필요없을 것 같고.. 저는 가격이 떨어지는 순간을 숨죽이고 기다리다가 최근에야 잽싸게 낚아챘습니다. 비교적 잘 알려진 영화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니 선정 기준도 무난하고요. 아쉬움이 있는 바바의 팬들은 이미 출시된 두 번째 박스세트까지 집어삼키면 될 듯. 개봉 국가에 따른 여러 버젼들 중 최선의 선택을 했고, 트렌스퍼도 새롭게 거쳤다는군요. 다만 앵커베이 출시작답게 유일한 영어버젼인 "Black Sunday"에는 영어자막이 없고, 부록들에도 별 신경을 쓰지않았다는 게 흠이라면 흠. 수록된 영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Black Sunday(사탄의 가면)-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식으로 소개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러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데뷰작입니다. 빛과 그림자로 수놓은 흑백 영상, 우아한 고딕 스타일, 파격적인 특수효과 등등.. 바바의 비범한 재능이 일목요연하게 집약되어 있는 건 물론이고, 그의 컬러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영화만의 숨막히는 아름다움이 넘실거려요. 그리고.. 바바라 스틸을 볼 수 있습니다! Black Sabbath(블랙 사바스)- 전화로 살해협박을 받는 창녀의 이야기 "전화",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흡혈귀를 처치하고 돌아온 가장과 그를 둘러싼 가족의 불안감을 그린 "부르달락", 사망한 노인의 반지를 훔친 간호사가 노인의 유령에게 시달리게 된다는 "물방울" 등, 세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로 세 편 다 인상적입니다. 보리스 칼로프를 볼 수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선 좀 깬다는.. The Girl Who Knew Too Much(너무 많이 아는 여자)- 제목에서 눈치 챌 수 있듯 히치콕의 바바 버젼. 당시 히치콕의 아류작들이란 십중팔구 돈 때문에 졸속으로 기획된 작품들이고, 이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저는 "샤레이드"도 별로 안 좋아한다는..), 이와는 별개로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요. 사실 은근히 인기 있는 바바의 영화이기도 하고.. 지알로의 기원으로도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Knives of the Avenger(블레이드스톰)- 이 바이킹 무용담을 뜬금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사실 바바는 호러장르 외에도 별에 별 영화를 다 만들었던 양반입니다. 근육맨들을 데리고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만든 전력도 있으니 영웅이 등장하는 신화적 세계에도 관심이 많았던가 봐요. 허나, 재미는 없어요. 적어도 단검 던지기의 달인이 적을 하나 둘씩 픽픽 쓰러뜨리는 장면이 우리가 바바에게 기대하는 바는 아닐 테니까.. Kill, Baby... Kill!(킬, 베이비...킬!)- 바바의 대표작 중 하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미스테리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어린귀신의 저주가 서려있는 괴담과 마주하게 됩니다. 멋진 아이디어들도 많고, 바바의 스타일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바바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어딘지 어설픈데 따로 떼어놓고 보면 대단히 재미나고, 또 그게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어요. 바바의 많은 팬들이 곱씹어볼수록 단물이 배어나오는 이 영화의 풍성함을 예찬합니다. 히치콕에게 "현기증"이 있다면 바바에겐 "킬, 베이비... 킬!"이 있다고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