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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 06일
![]() "앙투라지"는 현재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코미디쇼입니다. 까무라치게 웃기고, 끝내주게 화끈하며 거침없이 막 나가죠. 시리즈의 배경은 헐리우드. 제목은 떠오르는 무비 스타 빈센트 체이스(아드리안 그레니어)와 늘 붙어다니는 세 명의 패거리를 뜻합니다(Entourage는 우리말로 측근이라는 뜻). 우리 식으로 따지자면 매니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지만 정식 고용관계는 아니에요. 그보다는 스타 친구 덕에 핫하고 쿨한 파티장도 따라다니고, 스타들과 아는 척도 하며 폼생폼사하는 재미로 사는 한량들에 가깝죠. 친구가 헐리우드 스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들의 머리 위론 은총이 반짝이는 별처럼 내려앉습니다. 스타 친구 덕에 직업도 없이 노닥거리며 토비 맥과이어의 이웃집에 얹혀 살 수 있고, 제시카 알바와 인사를 나눌 수도 있으며, 친구 이름만 대면 럭셔리한 홈씨어터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데다, 친구가 아침을 먹는 주방을 구경시켜주겠다고 뻐꾸기 한 번 날려주면 빵빵한 성형 가슴을 자랑하는 미녀들이 기꺼이 품에 안기기도 하죠. 이 정도면 구경하는 입장에선 부러워서 침이 고이다 못해 질질 흘러내릴 만한 인생입니다. 브라보! 막장 라이프가 스펙타클한 구경거리로 전시될 수 있는 건 물론 이곳이 헐리우드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앙투라지"는 이곳이 헐리우드이기에 라이프 스타일이 단순한 구경거리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꿰뚫어봄으로서 HBO 시리즈의 성능이 여전함을 증명해요. 셀러브리티의 세계에 기생하는 또라이들의 일상이란 순간의 쾌락과 끈적거리는 유혹을 게걸스럽게 뒤쫓는 이들의 일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약육강식의 논리가 엄격하게 지배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성원으로서의 일상이기도 합니다. 영화 한 편 잘 만나서 인생역전을 이루는가 하면 영화 한 편 말아먹어서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는 스타의 가치란 철저하게 돈으로 환산되고, "앙투라지"는 속물들의 위선과 화려함 뒤에 가려진 살벌한 생존경쟁의 단면을 스포츠 중계처럼 생동감있게 잡아내요. 빈센트의 몸값을 올리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에이전시 아리(제레미 피번)와 인기가 추락하기 전에 빼먹을 거 다 빼먹어야 하는 소모품이 아닌, 경쟁력 있는 스타로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에릭(케빈 코널리), 잘 나가는 동생과는 달리 오디션을 전전해야만 하는 3류 배우 조니 드라마(케빈 딜런) 등등, 빈센트 체이스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은, 미우나 고우나 그의 흥망성쇠에 따라 웃고 울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로 묶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에 대한 갈증과 희열, 허망함이 교차하고, 천박한 욕망이 끊임없이 고개를 쳐드는 "앙투라지"속 헐리우드의 본모습은 제임스 엘로이가 사악하게 그려낸 "LA 컨피덴셜"의 헐리우드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앙투라지"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의 복잡다단함을 너무도 유쾌하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의 충돌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은 이들과 (만드는 건 고사하고) 영화에 아무런 관심조차 없는 이들이 함께 해야만 하는 지독한 순간까지, 여기엔 인간들이 모여 하는 일이기에 피할 수 없는 온갖 갈등이 지뢰처럼 깔려 있죠. 하긴 어디 영화뿐이겠어요. 일단 털어서 돈이 나오는 곳이라면 어디든 별에 별 인간들이 다 꼬이게 마련입니다. 공정하지도 않고, 똑똑한 프로페셔널들의 치밀한 계산을 비웃기라도 하듯 예측을 뒤엎는 결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요. 시나리오도 읽기 싫어하고, 단 1초도 머리를 쓸 생각을 않으며, 그냥 스칼렛 요한슨하고 떡 한 번 칠 생각 밖에 없는 빈센트 같은 인물이 어느날 갑자기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쥘 명연기를 펼치기도 하는 곳이니, 결국 그래서 헐리우드가 재미난 동네인가 봅니다. 아,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하는 시리즈이니 당연히 카메오 명단도 화려하다는~ |